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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돈으로부터 초월했다.' 메리츠 자산운용의 존 리 대표이사의 한탄이다. 존 리 대표이사의 말에 따르면 강연을 가서 사람들에게 놀러 다니는 돈을 아껴 투자해라, 공연에 가는 돈을 아껴 투자해라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돈이 그렇게 좋은가?'라며 되묻는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속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집, 좋은 차를 사려고 애쓴다. 또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목을 맨다. 돈이라는 단어를 직접 꺼내는 것은 거북하지만 모두 부자가 되길 원하고,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 애쓴다.

 위의 예시처럼 겉과 속이 다른 것을 철학적 용어로 뭐라고 할까? 그것은 바로 "르상티망"이다.

 르상티망은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석인 감정으로 시기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르상티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 기준에 예속, 복종한다.
  -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여우가 먹음직스러운 포도를 발견했지만 아무리 애써도 손이 닿지 않는다. 결국 여우는 포도가 시어서 먹지 못하는 포도라고 단정 지어버리고 가버린다. 여우는 '포도는 엄청 시다'라고 생각을 바꿈으로써 손이 닿지 않는 포도에 대한 분한 마음을 해소한다.  (50~51쪽,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꾼다.
  -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갈 필요 없어. 파스타 체인점으로 충분해." 그저 순수하게 별 뜻 없이 한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 주장에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은 격이 높고 파스타 체인점은 격이 낮다는 가치관을 일부러 뒤집어 보이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잇기 때문이다. (중략) 그렇다면 왜 누군가는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 (중략)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허황된 가치관에 물들어 있지 않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쿨한 사람이라고 도취되어있을 확률이 크다.   (54~55쪽,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우리는 돈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면 속물이라는 생각을 하며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처럼 부자가 되지 못하는 분한 마음을 삭힌다. 르상티망이라는 복잡한 감정과 그 감정이 일으키는 말과 행동을 알고 있다면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마무리 인용 말을 다시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짓겠다.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 프랜시스 베이컨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큰글자도서)
국내도서
저자 : 야마구치 슈 / 김윤경역
출판 : 다산초당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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