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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수많은 사람이 "일단 이 배에 탄 이상 마지막까지 애써봐야지!"라며 벼르고 있을 때 "나는 이 배와 함께 가라앉을 생각이 없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고 나서 도망치려면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할지 상상해보자. 파라노이아와 스키조프레니아를 대비시켜보면 , 후자는 전자보다 경박하고 나약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재 세계에서는 용기와 강인함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파라노이아 유형을 지향하고, 용기와 강인함을 지닌 사람만이 스키조프레니아 유형의 인생을 꿋꿋하게 걸어 나갈 수 있다.  (243~244페이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파라노이아는 쉽게 말해 끈기 있게 버티는 사람이다. 스키조프레니아는 이와 반대로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 사회는 한 곳에 머물며 꾸준히 노력하는 파라노이아형을 예찬하고, 계속해서 싫증을 내고 변화를 거듭해가는 스키조프레니아형을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네이버 카페 '독취사'의 글들을 읽어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직장 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료 간의 불화, 직장 상사의 폭언 등 사람 관계에서 시작되는 문제도 많지만 직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경력을 핑계로 열정 페이를 주는 회사, 끝없는 야근과 주말출근을 시키는 회사.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며 이직을 원하지만 그만 두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렵던 취업 시장이 더욱 힘들어졌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뛰쳐나올 용기가 나질 않는다. 특히 건축업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임금이 높은 것도 아니고 업계가 호황인 것도 아닌데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두렵다. 위의 인용문처럼 당당히 뛰쳐나가는 상상을 하곤 하지만 현실은 파라노이아이다. 끈기 있게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도망칠 선택을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