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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불쾌한 골짜기가 생기는 이유

종훈보이 2020. 12. 3. 16:18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 인간이 인간과 거의 흡사한 로봇의 모습과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는 감정 영역

 

불쾌한 골짜기는 1970년 일본 로봇 공학자인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했다. 마사히로에 따르면 로봇이 사람과 흡사해지면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이상에 도달하면 혐오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로봇의 외모, 행동이 인간과 완전히 같아지면 다시 호감도가 증가해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해진다.

이 이론이 1970년 모리 마사히로의 에세이에 소개되었지만, 불쾌한 골짜기라는 명칭은 1978년 영국 미술평론가 제시아 라이하르트의 "로볼 : 사실, 픽션 그리고 예측(Robots: Fact, Fiction and Prediction)"이라는 책에 처음 등장했다.

 

모리 마사히로의 그래프에 따르면 사람들은 정지된 휴먼 로봇을 보고 시체를 연상시킨다. 또 움직이는 휴먼 로봇은 좀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불쾌한 골짜기는 크게 주목받는 이론은 아니었다. 2004년 나온 애니메이션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가 나오기 전까지. 폴라 익스프레스는 모션 캡처 기법을 이용해 배우의 표정과 행동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아이들이 무섭다며 울음을 터트리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한 장면

무서운 장면도 아닌데 두려움을 느낀 이유를 파헤치다 주목한 것이 불쾌한 골짜기다. 2005년 모리 마사히로의 에세이가 영어로 번역되고, 심리학자들은 불안한 현상을 연구했다.

오랜 시간 수많은 가설들이 나왔지만 불쾌한 골짜기의 원인을 규명하진 못했다. 시간이 흘러 2019년 7월 국제학술지인 '신경 과학지'에 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사람의 뇌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게 하는 영역을 찾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리학과와 독일 아헨공대 휴먼테크놀로지센터 공동 연구팀은 시각 피질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담당하는 영역을 찾았다. 이 부분은 특히 사람 얼굴을 해석하는 데 특화된 곳이다.

두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나는 사람의 얼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영역이다. 실험 참가자가 바라본 물체가 사람과 닮을수록 활성화 정도가 강해졌다.

또 다른 하나는 호감도를 느끼는 영역이다. 사람과 닮을수록 호감도가 강화되었지만 매우 흡사해졌을 때는 오히려 억제되었다. 연구팀은 이 두 영역이 불쾌한 골짜기에 관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도 관찰했다. 그 결과 사람에 따라 불쾌한 골짜기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스트리드 로젠탈 본 데르 푸텐 교수는 "뇌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는 영역과, 불쾌함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 결과"라며 로봇을 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