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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들어와 살고 있는 집을 선택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화장실이다. 화장실이 넓고, 창문이 달려있었으면 했다. 이 집은 내가 생각하는 조건에 맞는 집이었다. 게다가 화장실 인테리어도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하얀 벽과 검은 바닥,  검은 수건걸이, 검은 받침대. 인테리어가 참 세련되어 보였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생겼다.

 갑자기 휴지걸이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거의 빠질 것 같았다. 휴지걸이를 아무리 다시 눌러봐도 축 처진 어깨처럼 늘어졌다. 휴지걸이가 곧 떨어질 것이란 불안감과 휴지가 벽과 닿아 원하는 만큼 뜯기 전에 끊어지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안에 있는 구멍을 조금 채우고 칼블럭을 고정시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지며 구멍을 메꿀만한 것을 찾았다.

 바로 다용도 만능 시멘트. 다이소에서 2,000원에 판다. 이 제품은 화장실 변기의 아랫부분(땅과 면기가 만나는 부분)을 메꾸는 제품이다. 그리고 줄눈(벽과 바닥의 타일 사이) 역시 마찬가지다. 칼블럭을 빼고 구멍에 시멘트를 조금 넣어서 살짝 굳힌 다음 칼블럭을 고정시키면 될 것 같았다. 생각은 여기까지 하고 한번 해보기로 했다.

 나사를 빼고 보니 타일 안쪽이 비어있었다. 조금만 메꾸면 될 줄 알았는데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일단 뽑은 거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나사를 빼고 준비한 통에 물과 시멘트를 넣어 섞었다. 생각보다 물을 많이 넣어 묽게 되었다. 시멘트를 조금씩 더 넣으면서 되게 만들었다. 구멍 안에 밀어 넣고 흘러내리면 고정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별다른 도구가 없어 주방 크린백을 사용했다. 나무젓가락으로 퍼서 구멍 근처에 가져다 놓고 손으로 밀어 넣었다. 중간에 구멍에 끼워져 있는 칼블럭을 고정시키는 부분이 떨어져 나가 실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망했다고 뺄 수 없는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 어느 정도 채워 넣고 주변을 닦아 정리했다. 앞표지에 마르는 데는 6시간 정도 걸리고 강도발현은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쓰여있다. 그래서 1시간 정도 있다가 살짝 말랐을 때 드라이버로 나사를 돌리며 살살 뚫었다. 그리곤 하루정도 마르고 단단해지라고 놔뒀다.

 다음날 살짝 위아래로 흔들어 봤는데 제대로 굳은 것 같아 휴지걸이를 다시 설치했다. 처음 들어온 날처럼 벽과 휴지걸이의 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휴지도 돌돌돌 아주 잘 풀린다.